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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아따블르 A TABLE - 프렌치 입문, 혼밥하기 좋은 디너 코스 레스토랑

d.mutt. 2020. 5. 20. 16:49

2020.05.04

 

 

살면서 유럽권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여태 한번도 그 음식을 '진짜로','제대로' 먹어본 기억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렌치 레스토랑은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찾은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 '레스토랑/음식'을 즐기러 갔다기 보다는 그 '날/시간'을 즐긴 경험이 더 많은 것같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나는 내가 먹는 음식의 이름이 무엇인지 조차 몰랐다. 프렌치인지 이탈리안인지 조차도.

 

데이트하기에 분위기가 좋고 적절한 가격이며, 신경을 거슬리게하는 요소만 없다면 어디든 OK.

 

 

 

 

나는 이제 음식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먹어보고 싶다.

 

이 음식이 나에게 무엇을 느끼길 바라며 만들어진 음식인지,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를 알고싶다.

 

내가 먹는 것은 내 입으로 들어가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살은 안됐으면 좋겠다. 쫌..)

 

내 블로그에 구독자가 생긴다면, 내가 음식을 공부하는 여정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아따블르 외부

 

 

지난 황금 연휴 5월 4일에 북촌에 위치한 아따블르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을 혼자 찾았다.

 

혼밥을 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

 

 

 

사실 공부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 당일 노트와 펜, 카메라까지 챙겨들고 갔지만 1인 예약인지라 다소 협소한 테이블을 배정받았다.

 

 

노트필기는 결국 포기하고 핸드폰으로 해결했다.

 

 

 

 

 


 

 

 

 

- 내부 사진 / 테이블 웨어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초라하지도 않은 분위기가 매우 좋다.

 

바닥과 가구에는 세월의 흔적이 보였고, 나름 관리도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테이블 웨어는 깔끔하고 단정했으며 편안하다.

 

 

 

음악도 자기주장이 세지않으면서 듣기도 좋았다.

 

대부분의 유러피안 레스토랑이 그러하듯,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기도 했다.

 

 

* 테이블웨어 (tableware) : 식탁용 식기류 (식탁보, 나이프, 유리잔, 접시 등 여러가지를 포괄)

* 식기의 사용 순서 : 바깥쪽 > 안쪽에 놓인 식기를 순서대로 사용하면 된다.

 

 

 

 

 


 

 

 

 

- 메뉴

 

 

나는 디너 (메인:양갈비 스테이크) 코스로 먹었고, 69,000원에 추가금이 붙어 총 75,000원이 나왔다.

 

코스요리에 쓰기 부담스럽지않은 미들급의 가격이다.

 

 

 

디너로 식사했던 지라 와인 페어링이 정말 하고 싶었지만, 나름 공부하러 갔다는 마음으로 코스 하나하나마다 깊게 느끼고 싶었다.

 

이렇게 각잡고 먹는 날 말고, 특별한 날엔 꼭 와인 페어링을 해봐야겠다.

 

 

 

* 와인 페어링 : 각 코스에 맞는 와인 추천 코스.

 

 

 

 

 

 


 

 

 

 

- 아뮤즈부시 [가리비와 사과의 아뮤즈]

 

 

* 아뮤즈부시 : 전채요리의 한 코스로써, 가벼운 한입거리.

 

 

유리잔 안에 있는 사과+가리비를 티스푼으로 잘 섞어주고, 빵과 함께 곁들이면 되는 요리였다.

 

 

사실 코스 전체적으로 괜찮았지만 이 요리는 이 날 먹은 코스 중에 가장 별로였던 메뉴다.

 

사과향이 매우 섬세하게 나는 느낌은 좋았으나 가리비와 좀 언밸런스한 느낌이 강했다.

 

마치 뇌에서 지금 사과와 함께 있는 것은 해산물이야.. 라며 자꾸 거부감을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

 

보통 아뮤즈부시에는 가리비가 많이 사용되는 걸로 알고있긴 하지만 그래도 굳이 사과+가리비이어야 했는지는 모르겠다. (아삭+물컹의 느낌)

 

 

[3점/10점]

 

 

 

 

 

 


 

 

 

 

- 식전빵

 

 

쫀득하면서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

 

향도 고소하고 담백해서 스타터로 매우 좋았다.

 

 

[5점/10점]

 

 

 

 

 


 

 

 

 

- 에피타이저 [토마토, 파프리카를 곁들인 오징어]

 

 

위에 얹혀있는 거품은 허브 '딜'의 거품이라고 한다. 처음 맛본 허브.

 

딜의 향이 생각보다 강했지만 향긋해서 매우 매력적인 허브라는 생각이 든다.

 

전부 잘 섞어서 먹으면 되고, 섞인 소스는 식전빵에 살짝 찍어먹기에도 좋다.

 

 

 

오징어는 부드러웠고 오징어인지도 모를정도로 비린내가 하나도 나지 않았다.

 

그릴에 구워 요리했다는데, 토마토때문인지 마치 데친 것처럼 맑은 맛이 난다.

 

 

 

파프리카와 라이트하게 오일리한 소스의 향이 잘 어울려서 새콤하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 좋았다.

 

 

[7점/10점]

 

 

 

 

 


 

 

 

 

- [버섯을 곁들인 새우 소테]

 

* 소테 : 팬(철판)에 강한 전도열로 익힌 요리.

 

 

이 날 먹은 요리 중 최고의 요리.

 

 

양송이 스프 느낌의 소스가 매우 매력적이다. 양송이 스프보단 더 진하고 깊은 버섯향이 났다.

 

숟가락이 준비되어 있어서 소스를 떠먹었는데, 정말이지 그릇까지 핥아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버섯은 꽁피로 요리됬는데, 최고였다.

 

다만, 표고는 다른 버섯에 비해 혼자서 향이 진해서 방해되는 느낌?

 

(하지만 표고로 그런 깊은 향을 내는 것같아서 어쩔 수 없을 듯..)

 

 

 

* 콩피 : 낮은불에 오래 익히는 요리 (주로 오일과 함께)

 

 

버섯과 새우의 조합이 과연 잘 어울릴까 의문이 들었는데, 이 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었다.

 

한입에 물었을 때 대하구이 특유의 구수, 달콤함과 버섯의 깊은 향이 너무 환상이었다.

 

(다만, 나이프는 좀 무뎌서 새우를 자르기 힘들었다.)

 

 

위에 올라온 것은 루꼴라고, 미관적 역할만 하는 것같다. 특별한 맛은 없었다.

 

 

[9점/10점]

 

 

 

 

 


 

 

 

 

- 겨자

 

 

메인이 나오기 전에 미리 나온 씨겨자와 씨없는 겨자.

 

씨겨자가 자극적이지도 않으면서 라이트한 향과 함께 맛있었다. 직접 만드는 건지 궁금하다.

 

 

 

 

 


 

 

 

 

- 메인 [양갈비 스테이크]

 

 

소테에서 나이프는 힘들었지만, 양갈비 스테이크는 조금 더 날카로운 칼로 바꿔주셔서 잘 썰 수 있었다.

 

 

맛있었기때문에 전부 먹긴했지만, 사실은 소스가 조금 짜고 평범한 편이었다.

 

야채(가지, 양배추)가 살짝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지만 아스파라거스와 양파는 간도 적당하고 좋았다.

 

씨겨자가 맛있었던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레어로 주문했는데, 약간 잡내가 나긴했지만 (레어는 어쩔 수 없는 부분..) 육질도 좋고 굽기도 적당했다.

 

집에서는 거의 블루로 먹는데, 앞으로는 레어로 구워먹어야겠다.

 

 

* 블루 : 레어보다 훨씬 더 생고기에 가까운 굽기 정도. 웰던만큼이나 시간도 오래걸리고 어려운 굽기.

생고기에 가까워도 차가운 느낌이나 핏기가 너무 많이 돌면 안돼기 때문에 온도 조절도 매우 어렵다고 함.

(개인적으로 양갈비에는 뼈가 있기때문에 블루는 확실히 고난이도일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블루로 구울때 매번 망했던 이유가 있었다. 겉은 탔는데 내부와 뼈에서는 핏물이 뚝뚝..)

 

 

[6점/10점]

 

 

 

 

 


 

 

 

- [크램브릴레]

 

 

위의 층을 깨는 순간 요거트같은 부드러운 향이 '터져'나왔다. 마치 향수처럼.

 

이 정도로 향긋한 크램브릴레는 처음이다. 소름이 돋을 정도.

 

 

 

향이 강한만큼 양도 적어 감질맛나기도하고, 사실 감질맛 나는 이 정도의 양이 아쉬운 느낌도 들면서 더 매력적이다.

 

아쉬워서라도 다시 찾게될 것같다. (귀여운 애인에게 밀당 당하는 기분..ㅎ)

 

 

 

프랑스에 갔을 때, 영화 '아멜리에'에 나왔던 카페에서 크램브릴레를 먹었는데, 

 

기억의 왜곡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따블르의 크램브릴레가 더 맛있었다.

 

 

[10점/10점]

 

 

 

 

 


 

 

 

 

- [포도를 곁들인 바바오럼]

 

 

빵처럼 생긴 것을 '바바'라고 부르고, 럼주가 들어갔기때문에 '바바오럼'이라 부른다고 한다.

 

럼이 들어간 생크림이 독특하고 신기한 맛이다.

 

럼 특유의 민트처럼 화한 향이 나면서도 포도의 달콤상쾌+진~함과 잘 섞이고 거부감이 없다.

 

생크림인데 텁텁함이 전혀 없고 먹을 수록 더 상쾌한 입가심의 느낌.

 

 

 

바바는 술빵같은 질감이 있는데, 약간 떡진 느낌이라 나에게는 잘 안 맞았다. 

 

내부에 있는 건포도도 꽤 썼다.

 

 

[7점/10점]

 

 

 

 

 


 

 

 

- 까눌레 / 카모마일 티 [카페]

 

 

원래는 5CM정도로 더 크고 딱딱해야하지만 아따블르에서는 작고 부드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엔 딱딱한게 더 맛있었을 것같다.

 

 

카모마일 차와 곁들여 먹었고, 코스를 마무리하기에 좋았다.

 

 

[5점/10점]

 

 

 

 

 


전체적인 총평

 

- 서비스

일단 서버 분이 매우 친철하셨다.

내가 이렇게 글을 길게 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스스로 찾아 공부한 것도 있지만 서버분의 설명과 친철함 덕분이다.

내가 아따블르가 프렌치 입문자들이 가기 좋은 레스토랑이라 여긴 것도 이 부분때문이다.

서버분이 적당한 여유가 있어 질문할 충분한 시간이 있고, 대답을 알아듣기 좋게 해주신다.

 

- 분위기

분위기가 캐주얼해서 편안한데도 따뜻한 느낌이라 데이트하기도 좋을 것같다.

또, 요란하지않고 소박한 분위기덕에, 혼밥/혼술하기에도 제격.

 

- 요리

코스는 각 요리별로 약간의 편차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좋은 식사였다고 생각하고,

프렌치를 입문하는 사람들이 방문하기에는 최적의 식당이라 생각된다.

 

[TOTAL : 7점/10점 : 기분 좋은 경험. 재방문 의사 있음.]

 

 

 

-번외

 

 

화장실도 예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