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DIARY

2020년 연등회 - 조계사의 밤

d.mutt. 2020. 5. 25. 02:14

2020.05.23

 

 

 

직장인으로서 몇 년을 지내다 보니 달라지는 점이 하나 생겼다.

 

일상이 지루하고 모든 것이 무던하게 지나간다는 괴로움이 생겨난 것이다.

 

특별할 것 같았던 나의 인생이 어느 순간 출퇴근만으로도 하루의 여독이 쌓이는 삶을 살게 되다니..

 

그래서 최근엔 내가 가는 곳들을 달리 보기로 했다. 가까우니 언제든지 갈 수 있다며 미루던 장소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몇 년째 벼르던 '연등회'이다.

 

사실 연등회는 매년 연등행렬 / 연등놀이 / 공연 / 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지만,

 

올해는 ㅋㄹㄴ의 영향으로 많은 부분이 취소되었다.

 

내년에는 2021년 5월 15일에 진행된다고 하니 축제는 내년을 기약해야겠다. (연등행렬을 보는 것이 나의 꿈이다.)

 

연등회 정보 : http://www.llf.or.kr/info/schedule.php

 

연등회

 

www.llf.or.kr

 

 

 

 

 

 


 

 

 

 

참으로 멋진 광경이다.

 

 

 

 


 

 

 

 

 

조계사 중앙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나무와 의자들이 있다.

 

저 의자들은 가까이 가면 바로 존재의 이유를 알게 된다. 불상과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다.

 

나는 큰 불상을 매우 좋아하는데, 무려 트리플 불상이다!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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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앉아 관람을 하면서 아무 생각이 안나기도 했고, 동시에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머물러 있다가 떠났다. 다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불상에 긴 시간 감탄하다 문득 법당 안에서 쉼없이 절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떤 소원을 이루어 달라고 저리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려 기도할 수 있을까?

 

나에겐 기도하는 것은 즉, 어떠한 바람을 들어달라는 염원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나를 위했든, 남을 위했든.)

 

정말로 신이 존재한다면 이 많은 연등에 달린 바람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스스로를 반성하게됬다.

 

상대를 향한 바람들이 얼마나 깊은 마음을 요구하는 것이었는지..

 

또, 저들이 염원 없이 기도를 올린다면 그 마음은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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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 흰 연등 스팟이 인스타 갬성인가 보다.

 

외국인, 한국인 모두 여기서 한참 사진 찍고 간다.

 

내가 옆에서 자꾸 알짱거리면서 연등 사진을 찍으니, 민망한지 어색하게 깔깔대고 웃는다.  사실 나도 셀카 찍고 싶었다.

 

 

 

 


 

 

 

 

향 냄새가 너무 좋았고, 촛불은 무슨 요정이 있는 연못 같았다.

 

나중에 개인 집을 사면 거실에 꼭 저런 '촛불못'을 만들어야지.

 

 

 

 


 

 

 

 

아까 법당 앞에 있던 큰 나무의 가지.

 

그 나무가 저리 클 줄은 몰랐는데, 이웃집 토토로에나 나올 법한 거대한 나무다.

 

 

 

 


 

 

 

 

조계사 한켠에 있는 장독대 군단..? 배치하신 분은 최소 군대 조교 출신일 것 같다.

 

가까이 가면 꼬랑내가 진동을 하는데, 그게 너무 귀엽다.

 

 

 

 


 

 

 

 

 

조계사로 들어오는 입구.

 

철물 동상은 어느 시대에 만들어진 것일까? 

 

현대에 만들었다면 얼마가 들었을지 궁금하고, 오래된 것이라면 그것이 누구인지 이름을 알고 싶다. 너무 멋지다.

 

 

 

 

 


 

 

 

 

조계사 구석에 위치한 기프트샵(?)에서 구매한 합장손 캔들이다.

 

실제로 불을 붙일 생각은 아니고 그냥 작업 책상 DP로서 너무 마음에 들어 가져왔다.

 

8,000원에 이 정도 분위기라면 매우 만족이다.

 

 

 

 


 

 

2020년 올해의 연등회는 5월 30일까지다.

 

(사실 이것도 ㅋㄹㄴ의 영향으로 부처님 오신 날과 시간차를 두고 늦게 진행한 거다.)

 

연등회가 다 끝나기 전인 5월 29일에 지난번의 방문으로 사랑에 빠진 봉은사도 다시 방문해볼까 싶다.